interwiew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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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I presents a poet

달리파이와 나눈 대화의 짧은 기록



question. 사장님의 책장에는 어떤 시집이 꽂혀있나요? 그 시집들은 서로 닮아있나요?

이 질문을 받자마자 책장 앞에 서서 마음이 가는 시집을 몇 권 꺼내들고 왜 내가 이것들을 고른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시집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어떤 장소 혹은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었어요. 황인찬 시인의 시집은 세기말, 특히 연초의 떠들썩함이 다 사라져버린 2월 말쯤의 종로. 황인숙 시인의 시집은 언뜻 보기엔 살아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하지만 언 것을 녹여낼 정도의 온기로 가득한 강가. 최승자 시인의 시집은 류성희 미술감독이 그려낸 벽지처럼 화려한 것들로 장식되어 있지만 정작 바닥에는 장판조차 깔려있지 않는 찬 시멘 바닥의 아파트. 그리고 달리아카이브의 첫번째 프레젠터로 모신 규현 작가님의 시집은 진한 색의 고재로 만든, 용도는 알 수 없지만 반드시 누군가를 살아내게끔 만드는 일본식 단층 건물. 제가 좋아하는 시집들은 늘 구체적인 장소로부터 제 마음속 감상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물론 그런 상상들이 제 창작품은 아닌 게, 위에 언급한 시인들의 어느 시에는 ‘종로'나 ‘강’이라는 장소가 직접적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시멘'이란 소재가 쓰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물의 온도를 몇 도로 맞출지, 장판을 깔지 말지 같은 디테일은 제 몫인 거죠. 거기에서 약간의 모순된 지점을 발견한다면 더 오래 곱씹어 보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서술되지 않은 것까지 감각하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건축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시가 가지는 아름다운 면이 아닐까 싶어요.



question. 시를 시답게, 디저트를 디저트답게. ‘무엇을 무엇답게 만드는 것’은 이번 달리아카이브를 기획하는 내내 우리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었죠. 답을 조금은 찾으신 것 같나요?

‘무엇을 무엇답게 만드는 것'. 사실 이 질문은 작년 내내 저를 괴롭혔던 생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몇 년간 제 안에 축적되어 있던 것들로 이야기와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을 거듭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 방식도 낡고, 어느새 제 마음속에는 도넛처럼 작은 구멍이 뚫리기 시작하더라고요. ‘나다운 거? 그게 몬데!’ 라는 질문에 집착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며 이런 치기 어린 고민은 30대 초반쯤에는 졸업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가도, 또 어느 날은 남은 인생이 지나치게 길게 느껴져서 고민의 템포를 늦추어보기도 하며.. 그렇게 내면을 살피는 2022년을 보냈습니다.

아주 다행인 건 제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경험이 있다는 거였어요. 바로 달리파이를 처음 만들던 때입니다. 그때 제 결론을 간단히 공유하자면 해답을 내 안에서만 찾지 말고 외부의 ‘답장'을 살피기로 했었어요. 제가 즐겁게 또 괴롭게 무언가를 만들면 그 과정이 절반의 나를 만들고, 나머지 절반의 나는 세상이 보내는 답장으로부터 만들어지더라고요. 하지만 분명히 구분해야 하는 건, 그 답장이라는 게 나에 대한 누군가의 개인적인 평가와는 지극히 다른 이야기라는 거예요. 내 에너지가 어떤 사람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내 능력이 어떤 이야기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지, 혹시 내 목소리로 상처받은 사람은 없는지,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고 살피는 과정을 저는 ‘답장을 읽는다'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요즘처럼 개별적인 이야기가 넘쳐나는 시대도 다시없을 거예요. 그럼 우리는 입을 열기 전에 귀를 먼저 열어보자. 먼저 잘 들어보자. 그리고 그걸 정성스레 빚어보자. 그런 마음으로 이 달리아카이브라는 프로젝트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달리파이는 저희가 만드는 디저트와 손님들의 답장으로 완성되는 곳이라는 감사한 사실을 다시끔 되새기면서요. 손님들이 우리의 디저트를 즐기면서, 우리가 듣고 담고자 했던 이야기도 함께 음미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순간으로부터 비롯된 손님들의 답장 역시 무척 기다려집니다.



interviewee. 장희정

돈워리비달리(애칭 달리파이)의 주인장. 10대 시절에는 내가 태어나던 해에 죽은 기형도를 짝사랑했다(철이 없었다). 20대 시절에는 가을이 오면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서울 바닥을 기어 다니는 심정으로 최승자 시집을 꼭 꺼내들었다. 30대인 지금, 다양한 시들을 적당한 거리를 두며 읽는다. 이북리더기로!


ⓒ팀 달리아카이브

달리아카이브는 달리파이가 닮고 싶은 이웃, 친구, 동시대인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달리파이만의 컬러와 플레이버의 디저트로 소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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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달리아카이브

달리아카이브는 달리파이가 닮고 싶은 이웃, 친구, 동시대인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달리파이만의 컬러와 플레이버의 디저트로 소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